보정이 아니라 온기
부모가 찍는 아이 사진은 대부분 급합니다. 자다 깬 얼굴, 밥 먹다 웃는 순간,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뒤돌아보는 뒷모습. 예쁘게 찍을 틈이 없어요. 조명은 늘 애매하고,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은 한 번뿐입니다.
그래서 처음엔 “사진 보정 기능을 넣을까” 생각했습니다. 밝기, 채도, 필터 강도까지 만질 수 있는 에디터. 그런데 만들다 보니 이상했어요. 작은 위로는 사진을 잘 찍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, 이미 찍어둔 사진에 위로를 얹는 앱입니다. 슬라이더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순간, “더 잘 찍었어야 했나”라는 생각이 끼어들 자리가 생깁니다. 그건 이 앱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습니다.
도구가 아니라 분위기
그래서 감성 톤은 에디터가 아니라 스위치 하나로 만들었습니다. 아이보리 톤 하나, 켜거나 끄거나. 사진마다 다르게 손보지 않고, 카드 전체에 같은 공기를 입힙니다. 고치는 게 아니라 온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.
원본 사진은 그대로 보관됩니다. 감성 톤은 보여줄 때만 살짝 덧입혀지는 것이고, 언제든 끄면 원래 사진으로 돌아갑니다. 사진을 “고쳐야 할 대상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.
다시, 물티슈 문구
이 앱을 만든 계기가 된 물티슈 뚜껑 문구를 다시 떠올립니다.
세상이 처음인 아이를 위해, 부모가 처음인 당신을 위해.
그 문구가 위로가 됐던 건, 저를 더 잘하게 만들려는 말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걸 알아봐 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. 감성 톤도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. 사진을 더 잘 찍게 도와주는 기능이 아니라, 이미 찍어둔 그 사진이 조금 더 따뜻해 보이게 하는 기능. 잘 찍은 사진을 골라내는 게 아니라, 아무 사진이나 카드로 넘겨도 다 괜찮아 보이게.
카드를 꺼내는 이유
이번 업데이트에는 카드를 사진으로 저장하고 공유하는 기능도 함께 넣었습니다. 앱 안에서만 보던 카드를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됐어요. 감성 톤을 입힌 카드를 배우자에게 보내거나, 사진첩에 따로 저장해두는 용도로 써주시면 좋겠습니다.
이미 모든 부모는 잘하고 있습니다. 사진 한 장에 온도만 살짝 더했을 뿐, 그 사진이 담고 있는 순간은 원래도 충분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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